디지털의 강물을 역행하는

쓸데없이 힘찬 연어 같은 너란 존재(Feat. 부장님)


효율적 회의,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불필요한 회의 시간을 없애기 위해 짧은 메신저 회의를 가졌던 B팀. 30분간의 짧고 알찬 메신저 회의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업무 정리를 하고 있던 찰나 부장님의 날카로운 한 마디 “방금 회의 내용, 회의실에서 한 번 더 정리하지!” 하아...부장님이 메신저에서 조용했던 이유는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타이핑 속도가 느렸기 때문? 누가 부장님 타자 속도 좀 올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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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초경량화 시대. 무수히 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채 1kg도 안 되는 깃털 같은 무게를 뽐내며 ‘난 가벼운데 있을 건 다 있어’를 어필하는 이 시대에 사내 문화 역시 좀 더 가벼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즘 많은 회사들이 문서 및 회의의 경량화를 추구하며, PPT 문서 제작 지양, 회의시간 단축 등 실리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A회사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길고 긴 마라톤 회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었지. 그 중 하나가 바로 ‘짧지만, 효율적인 회의 문화’였어. 다른 부서보다 2~30대 젊은 사원·대리급이 많은 B팀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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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팀은 이틀에 한 번꼴로 ‘개최’되는 마라톤회의를 줄이고 곧장 사내 메신저 회의를 추진했어. 쌍방 토론이나 의견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프로젝트 회의는 면대면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간단한 안부나 일정 체크와 같은 가벼운 회의는 굳이 무리해서 서로 시간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부담이 적은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거지!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메신저에서는 활발하게 의견이 오갔어. 외근으로 자리를 비웠던 팀원들까지 대화에 참여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지. ‘칼퇴’라는 사치를 꿈꾸며 그렇게 메신저 회의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듯했어. 하지만 문제는 늘 방심하고 있을 때 터지고 말지. 평소 말 많고 태클 걸기 좋아하는 부장님이 그날따라 말이 짧고 조용했다는 것이 비극의 복선인줄 알았더라면 B팀은 좀 더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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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명료·효율 낭낭했던 메신저 회의가 끝나고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한껏 부풀어 있을 때 들려온 환청 같은 소리. 


“방금 회의 내용, 회의실에서 한 번 더 정리하지!” 


띠로리...! 그러면 그렇지. 평소 본인은 디지털 기기가 반갑지 않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서로 아이컨텍하고 살자며 열변을 토하던 부장님. (그래놓고 왜 집엔 일찍 안 들어가시는 건데요...사모님 전화는 왜 급하게 끄고 ‘지금은 회의 중이라 받을 수 없습니다’ 날리시는 건데요...왜 제 생일엔 음료 기프티콘 한 장 쏴주시고 부장님 생일엔 밤새 올라잇인 건데요...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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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아몰랑. 누가 이런 말하는지 얼굴을 봐야겠어. 나 타이핑 느려서 하고 싶은 말 다 못했단 말이야. 그리고 이 회의 내용 페이퍼로 정리해서 결제 올려.’라는 많은 내용이 함축된 면대면 회의를 ‘다시’ 하게 된 B팀. 이럴 거면 메신저 회의는 왜 하자고 한 건지. 회의의 효율성을 통한 저녁 있는 삶이란 정말 일장춘몽과도 같은 일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상처만 남기고 만 메신저 회의. 디지털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을 쓸데없이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너란 사람. 하...쓸데없이 지구력 좋은 너란 사람. 쓸데없이 말 많은 너란 사람...






[부장님 전상서]


부장님, 늘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씀하시는 아날로그적 문화가 이런 건 아닐 텐데요. 이제는 디지털의 장점도 좀 받아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장님 필요에 의해 취사선택하는 그런 디지털 문화 말고 진짜 알짜배기 디지털 문화 말이죠. 회의 길게 한다고 일 잘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쵸....? 부장님이 원하시는 아날로그적 삶을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의 장점이 필요하다는 사실, 좀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