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높다고, 연차가 더 많다고 

당연히 ‘프로’일 거라는 고정관념

넣어둬~ 넣어둬~





출처 : iMBC(www.imbc.com)


A팀 박 책임은 늘 입에 ‘책임감’이라는 말을 달고 살아. 팀원 중 누군가가 자그마한 실수라도 했다 하면 바로 책임감 운운하며 이 말 한마디로 비수를 꽂지. “프로답지 못하게 왜 이래?” 맞는 말이지, 암.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책임감이 중요해. 하지만 정작 본인은 특출난 업무 능력만을 내세우며 일의 마무리는 부하 직원에게 미룬 채 성과를 낼 수 있는 다른 프로젝트로 ‘메뚜기’를 뛴단 말이지. ‘건수’만을 좇아 업무 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박 책임, 네가 말한 프로가 이런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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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에는 다양한 직급이 존재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나 선임-책임-수석 등 다양한 직위체제는 회사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하고 때때로 업무 능률을 높이는 동기부여를 하기도 한단다. 이러한 체제 속에서 우리는 직급에 걸맞은 업무와 책임을 부여받고 이를 잘 수행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그 과정 속에서 ‘프로’로 거듭나게 되지. 하지만 말이야. 여기서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높은 직급’과 ‘프로페셔널’함의 상관관계야.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직급이 올라갈수록 맡은 일의 크기나 범주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경험치도 쌓이며, 일에 대한 노하우가 늘지(물론 더러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이에 따라 일에 있어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과 책임감 역시 요구되곤 해. 따라서 우리는 으레 직급이 높을수록 더 프로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고 말지. 사회생활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했을 거야. 무책임한 혹은 무능력한 상사로 인해 모든 팀원이 고통받는 아비규환의 사무실 풍경을....! 





벌여놓기만 하면 수습은 부하 직원들 몫이고 말로는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으며 업무교육을 핑계로 일을 떠넘기는 상사의 모습은 우리가 느꼈던 대로 ‘프로’와는 거리가 멀지. 오히려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을 거야. A팀의 박 책임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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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팀의 박 책임은 일을 잘하기로 유명해 사내에서 높은 신임을 얻고 있었지. 맡은 프로젝트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답답한 회의실에 하이패스를 놔주고 업무의 처리 속도 역시 단연 빨랐어. 타 부서의 팀원들은 이런 박 책임과 한 팀인 A팀을 부러워했단다. 하지만 인생은 말이야. 밖에서 보면 희극이지만, 안에서 보면 비극이란다. B 사원은 인턴 시절 박 책임을 동경했던 자신의 안목에 가감 없이 혀를 차며, 그날도 야근에 허덕이고 있었지. B 사원이 야근을 시작하게 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곳엔 박 책임이 있어. 야누스의 얼굴을 한 그가.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던 박 책임이 B 사원을 자리로 따로 불렀을 때 B 사원의 마음은 설렘으로 너울거렸지. 평소 동경하던 상사와 6개월 만에 처음 독대하게 된 거야. 이때 설렘으로 가득 찬 B 사원의 얼굴에 찬물을 확 끼얹는 한 마디가 날아왔어.


“이 프로젝트 마무리 좀 해줘.”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직 완료일까지 한참을 남은 프로젝트를 일개 사원인 나더러 마무리하라고? B 사원의 동공은 격하게 흔들렸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팀원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이 둘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래, 다들 한 번씩은 박 책임의 ‘뒤를 부탁해’를 당해봤던 거야. 평소 프로페셔널하다 여겼던 박 책임의 어택에 B 사원은 프로에 대한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갈 수밖에 없었지. ‘프로=마무리’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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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여러 가지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야.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이겠지. 그리고 이 과정에는 유연함이 필요하고. B 사원은 생각했어. ‘어쩌면 프로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유연함과 책임을 갖춘 사람이 아닐까’ 하고. 


박 책임은 누가 봐도 진취적이고 좋은 창의적인 사람이야. 하지만 업무를 끝까지 책임지는 지구력은 부족한 사람이었지. 그는 좋은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일을 이끄는 데는 공헌했지만, 항상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건 팀원들이었어.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처리해왔기 때문에 박 책임의 명성 또한 높아질 수 있었던 거지. 하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책임 역시 늘 팀원들의 몫이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돼.  





B 사원은 박 책임이 떠넘기다시피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늘 화장실에 쓰여 있어 하찮게 여겼던 그 문구,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됩시다.’ 이 말은 어쩌면 박 책임이 꼭 알아야 하는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이 말이 또 다른 큰 프로젝트를 맡아 신이 난 박 책임의 뒷모습과 오버랩됐다는 건 B 사원과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해두자.




[박 책임님 전상서]


인턴 시절, 책임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업무 추진력에 반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책임님과 같은 팀이 되었을 때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기쁨을 불행과 맞바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은 좋지만, ‘건수’만 찾아다니시는 책임님의 모습이 마치 하이에나 같았다고 하면 역정을 내시겠죠...? 게다가 벌려만 놓고 수습은 하지 않으시니 덕분에 제 업무능력은 고속성장(?) 중이랍니다. 이걸 참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허허. 책임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해보는 날이 오기는 할는지요. 일을 벌이라고 있는 게 아니라 마무리하라고 있는 거죠..? 대체 프로답지 못하게 왜 이러세요? 책임지지 않는 박 책임님, 나빠요....!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