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요?







여직원은 커피를 타고, 남직원은 무거운 박스를 옮긴다. 사무실 안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마치 누가 정해주기라도 한 것 마냥 남녀의 구분을 두어 업무를 진행하곤 한다. 물론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한 업무의 분배는 쌍방 배려가 깃든 매너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본격적인 업무까지 연결되었을 때는 말이 좀 다르다. ‘여자이기 때문에’ 혹은 ‘남자이기 때문에’로 시작하는 업무분배는 배려가 아니라 불평등으로 여겨질 뿐. 자신의 업무를 성별이라는 핑계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지 말자고요, 우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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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이란 성(性)에 의한 차별을 하지 않음을 의미해. 즉 남녀가 사회적 지위 및 권리·의무·대우 등에 있어 평등한 것을 말하지.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심도 깊게 그리고 다양한 양상으로 논의·발전되어 왔어. 아직 완벽하게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조직(아마도 영원히 완벽할 순 없을 거야.)은 없지만, 남녀평등의 필요성에 인식은 대중화되어 있고 이를 실천하려는 움직임 또한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가령 업무의 평가에 있어서 성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능력 위주로 구분한다든지, 직업 선택에 있어 성 구분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든지, 가사노동 분담에 있어 남성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든지. 


사실, 이 역시 민감한 부분들이라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확실하게 구분되었던 성(性)벽들이 점차 허물어지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어. 성별에 따른 평등을 떠나 ‘기회의 평등’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으니,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지만 오늘 Z팀에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은 이러한 남녀평등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가 왔음을 확인케 하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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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많은 물량의 택배가 Z팀으로 도착한 어느 날. 남성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어. Z팀은 업무의 특성상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2배 정도 많았는데, 이날 부쩍 A 씨의 눈에 이 장면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거야. 사실 짐이 많아서 그렇지, 박스 하나의 무게를 따져보자면 여성도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였거든. 여성 직원인 A 씨는 망설임 없이 짐을 옮기는 대열에 합류해 박스를 옮겼어. 이때 뒤에서 들려오는 B 과장님의 목소리.


“어머, A 씨. 그런 일은 원래 남직원들이 하는 거잖아. 무리하지 마~”





사회생활 12년 차, 능숙하고 노련한 일 처리로 평소 프로미(?) ‘뿜뿜’했던 B 과장의 말을 듣는 순간 A 씨는 왜 자신이 평소와 같이 남성 직원들이 짐을 옮기는 장면에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는지 깨달았어. 남녀를 떠나 회사 내 동등한 입장의 동료로서 대해달라는 여성 직원들의 말은 짐을 옮기는 일과 같은 ‘궂은일’ 앞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던 거야. 짐을 옮기는 것 또한 업무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사실상 남녀평등의 입문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여성을 배려하고자 혹은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고자 했던 움직임들이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변질되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A 씨는 남녀평등에 대한 현실적 적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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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으로 여성보다 골격이 크고 힘이 더 센 남자들의 특성이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발전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야. 가령, 무거운 것을 들고 가는 여성 직원들 도와준다든지,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준다든지, 힘으로 여성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에 맞선다든지 하는 것들은 충분히 배려고 선의라고 느낄 수 있어. (물론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적합한 여성이 해도 무방한 일이야.)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함께하면 더욱 빨리,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는 일에 ‘원래’라는 고정관념으로 동참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남녀평등의 후퇴를 독촉하는 일이 아닐까. 





회사 내에서 우리는 남녀라는 고유의 특성을 떠나 업무를 신속·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한 프로 집단임을 잊어서는 안 돼. 불리하고 하기 싫은 일에 남녀를 운운하는 것은 무척이나 비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오랫동안 실현하고자 했던 남녀평등을 현실적으로 적용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식부터 고쳐야 할 것 같아. 왜냐하면, 우리는 ‘프로’라는 이름 아래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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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누군가에게는 크게 공감 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 그저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남녀평등과 관련된 사회학을 연구하는 전문인이 아니기에 다소 어설픈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말이야. 세상 모든 일이 이론대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지. 그리고 우리는 그 변수에 맞춰 수정과 변화를 거듭하며 좀 더 발전해나가는 것 아니겠니. 앞으로 우리 궂은일 앞에서 남녀평등을 되뇌기보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가진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데 핏대를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B 과장님 전상서]


평소 프로페셔널하게 일 처리를 하는 과장님의 모습은 많은 여직원의 롤모델이었어요. 현실적으로 출산·육아에 얽매여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승진에서 밀리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에 반한 것도 여러 번이었죠. 그러니까 과장님, 우리 앞으로는 궂은일 앞에 남직원, 여직원의 구분을 두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저 오늘 사실 과장님께서 평소 어떤 것을 당연하게 여기시는지 알게 되어 무척 당황했어요. 프로답게 일 잘하시는 과장님이라면 제 이러한 생각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우리 진정한 남녀평등 문화, 함께 만들어나가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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